'섬, 그 바람의 울림', 제주국제관악제가 오는 8일 저녁 제26회 막을 올린다. 그야말로 제주전역에 금빛 선율을 선사하게 된다.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16회이며 관악제와 함께 두 개의 축을 이룬다. 그동안 관악제와 콩쿠르는 관악의 대중성과 전문성이 융화를 이루어 시너지효과를 높여왔다.
국내외 유명음악제 중 관악으로 특화된 축제는 드물다. 그 자리에 제주국제관악제가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세계의 유명음악제 중 관악을 대표하는 축제 중의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음악교과서에도 평창대관령음악제, 통영국제음악제 등과 함께 주요 음악제로 실리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관악제와 콩쿠르 동시 개최는 복잡한 일이지만 효과는 뛰어나다.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유명 관악인들의 공연은 관악제의 프로그램을 풍성히 장식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1,2차 예선이 영상 심사로 대체되어 무산되었지만 콩쿠르 참가자들의 합동 캠프생활은 경쟁자들 끼리 긴장된 입장을 능가하는 교류기회가 된다. 우승자들은 차기 관악제에 독주자로 초청되며 2위 이상 입상한 내국인은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축제와 콩쿠르가 연계되어 서로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기악공연의 결정체는 교향악단이다. 세계적 수준의 교향악단들은 국가, 혹은 지역의 가장 든든한 예술적 자존심으로 존재한다. 한국은 다른 기악 분야에 비해 관악, 특히 금관부문이 약하다고들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관악은 독주적 기능을 수행한다. 훌륭한 교향악단 조건으로 관악 연주자들의 탁월한 기능이 요구되는 이유다. 제주국제관악콩쿠르를 거친 인재들이 국내외 유명교향악단원으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관악합주는 서로 소리가 다른 악기끼리 자기 책임과 하모니를 통해 배려, 협동심을 배양하여 조화로운 인격을 키우는 청소년 인성교육의 첩경이다. 나아가 일반인들로 구성된 동호인관악단체들은 생활 속의 예술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제주에는 전국 유일 지자체운영관악단인 도립서귀포관악단을 비롯 40여개 관악단이 있지만 관악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올해 제주국제관악제는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조촐한 위안이 되고자 마지막준비 속에 9일간 여정의 출발을 앞두고 있다. 예년처럼 외국단체들이 제주에 올 수 없기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공연 프로그램들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계를 향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국내 젊은 관악인들의 참여 기회를 넓힌 것은 올해의 큰 수확으로 꼽고 싶다. 그동안 여름에 과중되던 관악제와 콩쿠르도 여름과 겨울 시즌으로 나누어 연중 지속 분위기를 꾀하고 있다. 겨울시즌 젊은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한 제주민요에 바탕을 둔 창작곡 콩쿠르는 세계의 관악단들에게 작품을 통해 제주에 대한 동경심을 일으키려는 새로운 도전이다.
제주는 바람의 고장이며 관악은 바람의 음악이다. 나팔모양의 오름 분화구,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토해내는 해녀의 숨비 소리는 관악과 닿아있다. 제주의 관악은 한국전쟁의 참담함 속에 꽃이 피었다. 시가지를 울리는 관악대의 북과 나팔소리는 마냥 좋아서 뒤따르는 꼬마들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도 한줄기 위안을 주는 밀착형 예술행위였다. 70여년 제주관악 역사 속의 제주국제관악제는 제주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로 여겨진다.
제주에선 누구나 악기하나쯤 연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나 동호인관악단이 많이 창단되어 기반이 탄탄해지고 일상생활 속의 1인1악기 문화현상으로 발전되기를 기원한다. 주위에 마땅한 악기가 없다면 휘파람을 불어보자. 입술이야말로 명품 악기이며, 휘파람은 훌륭한 관악이다.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 출처 : 제민일보(http://www.jemin.com)